히말라야 하늘 위의 물음표    
지은이 윤인철  
 
 
2010년 04월 12일 출간
318쪽 | A5
ISBN 9788996427421
정가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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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꿈을 꿔라, 열정을 지펴라,
삶을 사랑하라


떠남과 만남, 그리고 비움

쇠사슬에 묶여 바르게 사는 것보다
자유로운 상태에서 비틀거리는 편이 더 낫다. -올더스 헉슬리


앞의 사진은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트레킹 내내 내 영혼을 매료시켰던 아마다블람의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그 자태가 단아하고 우아하지 않습니까? 보는 이를 황홀경에 취하게 합니다. 수줍게 손을 내밀어 쓰다듬어도 보고 품어도 보고 싶은 그런 애절한 사랑을 나에게 선물합니다.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터질 듯한 그리움, 기다림, 그리고 사랑! 매 순간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 살고 싶습니다.

네가 오기로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황지우《너를 기다리는 동안》중에서


대부분 사람들의 삶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자,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사람이 19박 20일동안 히말라야를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떠날 때에는 온갖 소유의 짐을 힘겹게 짊어지고 있었는데, 돌아올 때에는 달랑 점퍼 호주머니 속에 꼬깃꼬깃 지저분해진 수첩 하나만 있었습니다.

트레킹의 목적지는 에베레스트를 바로 앞에서 조망할 수 있는 쿰부 히말라야 지역의 칼라파타르였습니다. 고도가 5,550m인 지역이지요. 고산을 오르는 히말라야 트레킹의 가장 무서운 적은‘고산병’입니다. 하루에 일정 고도 이상을 올라가면 어김없이 고산병이 찾아오는데, ‘조금 더 높이, 빨리’하며 욕심을 부렸다가는 트레킹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고도가 높아질수록 하루에 산을 오르는 시간이 3~4시간 정도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오전에는 오르고 오후에는 쉬는 산행이되지요.

하지만 거꾸로 뒤집어 보면 이것이 진정한 히말라야 트레킹의 매력입니다. 히말라야에서 불어오는 자연의 텅 빈 바람과 그 등에 실려 미소 짓는 따사로운 햇살, 자식을 꼬옥 끌어안은 어미처럼 사방에서 나를 감싸 안고 있는 히말라야 산들을 배경으로 드디어 나는‘나의 시간’에‘나’를 대면할 수 있게 되니까요. 그리고 눈을 감은 채 또 다른 히말라야 여행을 떠났습니다. 눈을 떴을 때에는 만남과 채움의 여행이지만, 눈을 감았을 때에는 떠남과 비움의 여행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만난 히말라야를 작은 수첩에 적어 내려갔고, 이곳에 돌아와 수첩 에 깨알처럼 적힌 초라한 글을 꺼내봅니다.

두꺼운 낯으로 염치도 없이 윤리 수업 시간마다 짬을 내어 수업과 관련된 글을 읽고 함께 웃으며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 아이들과 보다 삶을 쉽게 이야기하고, 관조하고, 철학에 참여하게 할 것인지 참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래, 히말라야 여행의 생생한 이야기를 그릇 삼아 그 속에 동서양의 다양한 철학과 윤리사상을 아기자기하게 담아내는 것은 어떨까? 일상에서 벗어나 히말라야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만년설 아래 정형화 되지 않은 못생긴 돌부리를 발로 차며 잠시 아웃사이더가 되어 보는 것이다. 마음은 히말라야로, 정신은 내 삶을 관조해 보는 철학의 세계로.

반복되는 일상의 삶에서 무의미함을 느꼈을 때 실존주의 철학자 알베르 카뮈를 만났고, 감시와 통제의 네팔 사회를 보며 잠든 아테네를 깨우는 등에였던 소크라테스를 만났고, 저 멀리에서 나를 이끌어 주는 설산 초오유를 보며 삶의 목적을 이야기하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났습니다. 네팔리에 대한 편견을 떼어내려 후설과 데카르트를 불렀고, 참된 진리와 자유를 얻기 위해 석가모니와 임제를 불렀습니다. 사랑을 속삭이는 독일 커플을 보며 노자의 침묵을 찾았고, 관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양 세 마리에게서 에리히 프롬을 찾았습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확인하려 안간힘을 쓰는 한 여성 트레커를 안타까워하며 장자와 칸트를 마주하게 했으며, 칼라파타르 정상에서 인간으로 내려갈 것인지 신에게 올라갈 것인지 고민하는 니체와 키에르케고르를 마주하게 했습니다. 사람을 만나 예수를 생각했고 죽음을 대면해 에피쿠로스를 생각했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운전을 하다가도, 벗들과 술 한 잔을 하다가도, 아이가 아파 새벽잠이 깨어도 불현듯 생각이 떠오르면 펜을 들어 깨알같이 사고의 낚시질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지갑을 열어 신용카드 전표에도 적고, 고속도로 통행증에도 글을 썼습니다. 더럽고 지저분했지만 그 속에는 약동하는 생명이 있었습니다. 이런 꿈과 열정, 그리움과 기다림이 나를 살아 있게, 깨어 있게 만들고, 내 삶을 긴장과 떨림의 장으로 만듭니다.

‘얘들아, 너희들도 행복해지고 싶니? 꿈을 꿔라, 열정을 지펴라, 삶을 사랑해라.’


저는 전문 산악인도, 여행가도, 기행작가도, 철학자도 아닙니다. 그저 권태로운 삶이 싫었고, 미치도록 삶을 사랑하고 싶어 히말라야에 다녀온 그런 사람입니다. 이곳에 내가 만났던 히말라야의 기록, 즉 떠남과 만남, 채움과 비움의 기록을 진실하게 남깁니다. 내 가슴에 담긴 만남과 떠남의 시간들이 한올한올 정성스럽고 아기자기하게 엮여 ‘삶’이란 이름의 아름다운 비단 한 폭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 비단 위에 미치도록 사랑하고자 몸부림쳤던 나의 영혼을 풀어 놓습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글을 내놓으며, 초라한 이야기를 누가 엿들을까 두려워 조근조근 귓속말을 합니다.

잠시 일상을 접고 히말라야로 떠나고 싶은 이들, 걸으며 생각하며 삶을 음미하고 싶은 이들, 윤리와 철학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이 책이‘저곳’으로 건너가는 작은 징검다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두 아들이,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살아갈 아름답고 따뜻한 인간 세상 을 꿈꾸며…….

윤 인 철
 
저자 소개 -
충남 홍성 광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직접 손으로 전통 교자상을 짜시는 장인이었다. 매일 저녁, 나무에서 나온 대패밥을 한 포대 가득 채워 작은 어깨에 이고 오는 아버지를 쪽다리 둑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저 멀리 노을을 등에 지고 ‘철거덕 철거덕’거리며 지나가던 적막의 기차소리. 그리고 혼자 된 시간, 외로움과 잡다한 사색과의 동행! 그때부터 줄곧 그에게 혼자됨은 그의 부재와 함께함이었다. ‘넌 왜 사냐?’라는 질문에 대답이 없는 그에게 ‘사랑의 폭행(?)’을 가했던 철학도 사촌형의 영향으로 철학과를 지망하려다, 온 가족과 집안의 결사반대에 부딪혀 사범대학에 입학, 교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가르친 지 어느덧 10년! 지금은 대전에 있는 유성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윤리와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동안 인권, 문화에 대한 조그마한 관심으로 국가인권위원회 <대한민국인권상>을 수상하였고, 지금은 또 다른 삶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대학원에서 한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옮긴이 소개 -
 
프롤로그 | 꿈을 꿔라, 열정을 지펴라, 삶을 사랑하라 / iii
감사의 글 / ix

Ⅰ. 別
1. 아~ 히말라야! 떠남과 만남 / 3
개구리, 뜨거우면 뜨겁다고 해라
2. 권태, '왜'라는 질문을 하다 / 8
알베르 카뮈, 삶을 눈물겹게 사랑하고 저항하리라
3. 짝퉁의 거리, 카트만두 타멜 / 26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 까무잡잡한 것이 참 예쁘네요? / 35
인권! 화(和)의 세상인가? 동(同)의 세상인가?

Ⅱ. 步
5. 쿰부 히말라야로 GO! GO! / 55
문명과 야만을 나누는 이성에 침을 뱉고 싶다
6. 저 달을 보라는데, 왜 손가락을 보느냐 / 68
불교의 방편의 종교이다.
7. 영웅이 악당을 소탕하면 세상은 해피엔딩? / 74
아테네를 깨우는 등에, 소크라테스
8.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 87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이야기하는 아리스토텔레스
9. 생명체가 모두 사라진 해발 4,000m에 서서 / 104
가면을 벗고 생얼을 보자! 후설과 데카르트, 그리고 산과 물
10. 롯지 주인 딸과의 어색한 침묵과 대화 / 117
진짜 장애인은 누굴까?
11. Slow Food! Slow Walk! Slow Life! / 123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는가?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가?
12. 고쿄리, 자연은 내려가라 하건만 인간은 대답이 없다 / 131
자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13. 독일 커플의 밀월여행 / 146
노자, 침묵해야 하는가? 표현해야 하는가?
14. 히말라야의 양 세 마리! 외로워도 두렵지 않아야 한다 / 154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 도피할 것인가?
15. 너희가 대붕의 뜻을 아느냐? / 169
장자, 이봐 붕(朋)! 우리 붕(鵬)이 되자!
16. 최초와 최고를 좇는 문명의 이기주의자들 / 181
First가 아니라 Good을 가르쳐 주는 세상
17. 자연은 죽어 있는 기계일까? 살아 있는 생명체일까? / 192
자연이 선물한 십승지(十勝地)! 인간이 파괴하다
18. 5,550m 칼라파타르에 오르다. 오금이 저린다. '덜덜' / 202
니체와 키르케고르, 몰락이냐? 비약이냐?
19.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 본 사람은 알게 되지 / 220
배움과 관계, 주체를 이야기하는 인간의 종교, 유교
20.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마음속의 도덕 법칙 / 240
칸트, 만약을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양심의 명령에 따르라
21. 사람이다, 사랑해야 한다 / 250
예수, 내가 너희를 사랑했듯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22. 세 가지 여행의 의미 / 256
Rest? Repeat? Pride? Come back!

Ⅲ. 歸
23. 굿바이 히말 263
히말라야를 추억하는 마지막 여행
24. 신을 마주하는 삶, 대천(對天) / 267
스와얌부나트(몽키 템플)와 보드나트 사원
25. 죽음에서 삶이 꽃핀다 / 277
힌두 사원, 파슈파티나트! 죽음을 통해 죽음을 극복해야 한다
26. 안녕, 나란! / 290
삶은 그저 삶일 뿐이다
27. 복(復)! 복(復)! 복(復)! / 293
죽음이 있기에 삶은 아름답다

참고문헌 / 298